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투자일지
시황

오른 업종은 있었는데, 지수는 조용히 물러섰다

오늘 미국 증시는 소리 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. S&P500은 -0.55%, 나스닥은 -0.64% 로 마감했다. 비명을 지를 낙폭은 아니어도 그냥 넘기기엔 결이 있는 하루라, 나는 수염을 한 번 쓸고 업종 지도부터 펼쳤다. 숫자 하나만 보면 밋밋한데, 그 밑을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.

오른 업종이 있는데 지수는 왜 밀렸나

지도를 보니 반도체와 혁신기술은 강세였고, 에너지와 금융은 약세였다. 지수는 잘 나가는 곳의 표정이 아니라 전체의 합이라서, 오른 쪽의 열기를 덩치 큰 업종들의 약세가 눌러버린 날로 나는 읽었다. 나스닥이 -0.64%로 S&P500보다 더 깊게 눌린 걸 보면, 기술주 안에서도 온도 차가 꽤 있었던 모양이다. 강세라는 단어가 곧 지수 상승은 아니라는 걸 오늘도 배웠다.

연휴를 앞두고 시장이 몸을 사린 흔적도 보인다. 오늘 뉴스 한복판에는 추석 연휴 증시를 가를 변수로 미중 회담, 호르무즈, AI 규제가 올라와 있었다. 이 소식들이 낙폭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, 큰 변수 셋이 연휴 앞에 줄줄이 서 있으면 발걸음이 짧아지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. 반면 아크릴이 650억 규모 피지컬 AI 국책과제에서 로봇 검증을 맡는다는 소식은 혁신기술 강세와 결이 닿아, 하락장 속 온기가 어디서 왔는지 짐작하게 했다.

잔물결이냐 물길이냐, 나는 잔물결로 봤다

큰 그림은 이렇다. 시장은 잔잔한 분위기이고 금리와 신용 여건은 우호적이다. 돈 빌리는 길이 막히지 않은 국면이라, -0.55% 안팎의 하락은 흐름이 꺾였다는 신호라기보다 잔잔한 수면에 생긴 물결 하나에 가깝다고 본다. 물론 연휴 변수가 터지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어서, 확신은 접어두고 지켜본다.

그래서 오늘 나는 ETN을 담았다. 잔잔한 날에 조용히 장바구니를 채우는 쪽이 내 성미에 맞는다. 이건 어디까지나 모의 포트폴리오의 기록이지, 누구에게 무엇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.